전 세계 자동차 시장은 현재 다운사이징 열풍이 한창이다. 고출력 자연흡기 엔진을 고집하던 페라리마저 캘리포니아 T의 터보 엔진을 시작으로 이번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된 488 GTB에도 터보 엔진을 적용해 본격적인 다운사이징의 서막을 알렸으며, 포르쉐도 다음 세대부터는 911을 포함한 전 라인업에 걸쳐 다운사이징 엔진을 적용할 예정이다. 

날마다 상승하는 유가와 환경오염에 따른 규제 강화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운사이징 엔진 개발은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다. 보편적으로 배기량과 실린더 수가 줄어들면 15~25%의 연비가 개선되는데, 이에 따라 함께 낮아지는 출력을 커버하기 위해선 터보차저 같은 과급기 기술이 필요하다. 

과거에 과급 엔진은 회전수 범위가 좁고 이질감이 느껴지는 반응과 부족한 내구성 등의 고질적인 문제로 튜닝카나 스포츠카 같은 고출력을 요구하는 차량에만 그 범위가 한정되어 적용됐지만, 기술의 발전에 따라 효율성을 중시하는 유럽의 제조사들을 중심으로 과급기를 적용한 엔진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배기량을 낮추고 터빈을 얹는 식으로 엔진 개량이 이뤄져 연비와 성능이 개선된 반면, 기존의 자연흡기 엔진에서 느껴졌던 날카로운 엔진 반응이나 매끄러운 회전 질감 등은 희석됐다. 이 때문에 일부 매니아층이나 전문가들은 다운사이징 엔진에 대해 불만을 품기도 했다. 

하지만 기술력이 뛰어난 제조사들은 차츰 직접연료분사 방식과 고압분사 방식의 기술을 도입해 연료효율을 더욱 상승시켰고, 하나의 터빈 대신 작은 터빈을 두 개 이상 연결하는 방식으로 터보렉 현상을 줄이는 등 자연스러운 엔진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대표적으로 BMW, 벤츠, 폭스바겐의 경우 현재는 대부분의 차종에 다운사이징 엔진을 적용하고 있으며, 특히 고성능을 지향하는 M과 AMG 같은 경우에도 전 모델에 다운사이징 엔진이 장착된다. 

재규어의 경우에는 기함인 플래그쉽 세단 XJ에 이례적으로 2.0L 다운사이징 엔진을 장착하기도 했으며, 프리미엄 소형차 브랜드 미니는 기존의 4기통 엔진을 3기통 다운사이징 엔진으로 대체하는 등 고급차부터 소형차까지 다운사이징화에 동참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제조사도 다운사이징 엔진에 대해 꾸준한 노력을 해왔다. 예를 들어 카니발과 쏘렌토는 모델 체인지와 부분변경을 거치면서 배기량을 낮추고 출력과 연비를 향상시킨 R 엔진을 장착했는데, 이 또한 큰 의미에서 다운사이징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르노삼성 SM5에 적용되는 1.6L TCE 엔진과 쉐보레 크루즈에 적용된 1.4L 터보 엔진 또한 다운사이징의 한 예로 볼 수 있다. 

반면, 출력과 연비를 높인다고 해서 모두 다운사이징인 것만은 아니다. 과거의 2.0L 엔진과 현재의 1.6L 엔진을 비교하면 출력과 연비 모두 지금의 1.6L 엔진이 앞서지만, 이것은 기술의 발전에 의한 것이지 다운사이징으로 볼 수 없다. 쏘나타의 2.0L 터보 엔진 역시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엔진 개발 품목 중 하나일 뿐, 2.0L 자연흡기 엔진이 주력인 국내 중형차 시장에서 2.4L 자연흡기 엔진을 대체하는 다운사이징이라 하기엔 무리가 있다. 

앞으로도 자동차 제조사들은 다운사이징 엔진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최근에는 다운사이징과 더불어 엔진 부품의 소형화, 차체 경량화 등이 연료 효율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기존의 자연흡기 엔진을 대체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운사이징 엔진을 다운사이징하는 기술도 선보여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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